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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엉겅퀴 꽃의 노래
내가 어쩌다
화단 구석에 뿌리를 틀고 앉으면
사람들은 나를 뽑아내려 한다.
자주색 미소
꽃잎에 아롱아롱 피워 올려도
울음보다 못한 내 웃음을 뽑아
풀 더미 속에 던져 넣는다.
나는 못난이 꽃
화단 전체를 빛나게 하지는 못한다.
그러나 나는
내 주위의 모든 꽃들을 빛나게 한다.
땅바닥으로만 기어 다니는
채송화 꽃 가난한 속삭임을 돋보이게 하고
시들어 가는 봉숭아 꽃 몇 송이도
등불처럼
찬란하게
한다.
나는 어둠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끝없이 가라앉아
해저처럼 깊은 가슴에서 불꽃을 피워 올리는
어둠이다.
내 작은 한숨의 줄기를 밟고 일어서는
빛부신 아침을 보며
분노의 가시 창날처럼 세워 편견 넘실대는
세상을 찔러봐도
분수처럼 솟아나는 건 내 안의 피
내일은 미라가 되어
햇볕 아래 말라갈 지라도
꽃잎을 세운다.
자주빛 작은 소망을 세운다.
200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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