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가 터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09. 8. 30. 12:29
 

생가 터에서



안부가 궁금해서

안테나처럼

회초리 하나 쫑긋하게 내세운 밤나무


가지 끝에는

썩은 둥치의 부피만큼 머물렀던

내 잃어버린 어린 시절이

밤 잎으로 피어


그늘 속에

아버님 기침 소리

재주 있는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

밤 내 콜록거리던 아버님의 각혈


육이오사변 통에 약 한 첩 못 써보고

자식 둘 먼저 보낸 

피멍 얼룽이는 어머님 눈물

한숨 얽어 베 짜는 소리


연실이만 보면

가슴 설레던

무지개 추억들은 다 지워지고


웃자란 콩 포기 아래 묻히다 남은

주춧돌에 걸터앉으면

한여름이 달궈놓은 알큰한 온기처럼

 오늘을 씻어주는

그믐 빛 따스한 추억  





2009. 8. 3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