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그릇

시/제3시집-춤바위 2011. 1. 26. 21:23

 

버려진 그릇

-도천 선생 그릇 무덤에서

 


바늘 자국만한 흠 하나로도

나는 온전한 그릇으로 설 수 없었다. 


삼천 도의 불가마에서

온 몸이 익어가는 통증 속에서도

다향으로 목 축일

작은 꿈 하나 있어 정신을 놓지 않았다. 


가마를 나와 탯줄도 자르기 전에

눈 뜨고 응아 한 번 울지 못한 채

산산이 부서져 무덤에 버려졌다. 


찻물 한 모금 담아보지 못하고

그릇도 아니고 흙도 아닌

제 살 조각도 맞출 수 없는 존재가 되어.  


사람들은 지나가며

안쓰런 눈으로 바라본다. 


지나가는 사람들 뒷모습에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흠들 


저 많은 흠을 두르고

어찌 사람이라고 살아가나? 


아, 하느님은

도공보다 너그럽다.


2011. 1.2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