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푸념

시/제3시집-춤바위 2011. 9. 2. 14:50

교사의 푸념 

 

아침에 교문을 들어설 때에

“안녕하세요?”

인사 한 마디에 꽃등처럼 환해지는

하루의 예감

 

아이들 웃음을 마시며 사는

나의 예순은

아버지의 예순보다 이십 년은 아름답다.

 

어느 화단에 가면

우리 아이들보다

더 빛나는 꽃이 있으랴.

 

“이놈들!”

소리를 벼락같이 지르며 위엄을 부려 봐도

까르르 웃는 아이들 웃음에

결국은 허물어지는 내 안의 성城

 

울타리 밖에 빙벽을 철판처럼 세우고도

가슴 속엔 불꽃을 심어 키우며

“선생님, 아파요.”

얼굴만 찡그려도 가슴이 덜컥하는

나는 천생 선생인가보다.

 

2011. 9. 2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