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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 천사
-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를 예찬하며
엄 기 창
끝없이 타오르는 그대들의 기도가
밤새워 지키고 있는 모니터에는
깜박거리는 생명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출렁거리던 선들이
일직선으로 무너질 때에
그대들 가슴으로 모여들던
그 긴 겨울밤의 어둠,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던
아픔의 역사도 함께 매달려 있다.
생명의 불꽃 하나를 가꾸기 위해
모두 잠든 새벽에 별처럼 깨어나서
가래를 닦는다.
그르렁거리는 목 너머에서
연약한 생명은 자꾸 꺼지려 하고
지탱하던 팔뚝에서는 힘이 빠지는데,
밤늦게 수술을 마치고 들어온
한 노인의 끝없는 욕설에도
그대들의 얼굴에 환하게 피어있는
연꽃 같은 미소여!
온 세상 가장 밝은 빛만을 모아 밝혀놓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등불이여!
난파難破한 목숨들이 널려있는
황량한 중환자실
외로운 망루를 지키고 있는, 그대들은
핑크빛 천사!
2012,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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