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천사

시/제3시집-춤바위 2012. 5. 6. 08:54

핑크빛 천사

-충남대학교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를 예찬하며

 

엄 기 창

 

 

끝없이 타오르는 그대들의 기도가

밤새워 지키고 있는 모니터에는

깜박거리는 생명들이

수없이 매달려 있다.

출렁거리던 선들이

일직선으로 무너질 때에

그대들 가슴으로 모여들던

그 긴 겨울밤의 어둠,

하얀 국화꽃을 내려놓던

아픔의 역사도 함께 매달려 있다.

생명의 불꽃 하나를 가꾸기 위해

모두 잠든 새벽에 별처럼 깨어나서

가래를 닦는다.

그르렁거리는 목 너머에서

연약한 생명은 자꾸 꺼지려 하고

지탱하던 팔뚝에서는 힘이 빠지는데,

밤늦게 수술을 마치고 들어온

한 노인의 끝없는 욕설에도

그대들의 얼굴에 환하게 피어있는

연꽃 같은 미소여!

온 세상 가장 밝은 빛만을 모아 밝혀놓은

꺼지지 않는 생명의 등불이여!

난파難破한 목숨들이 널려있는

황량한 중환자실

외로운 망루를 지키고 있는, 그대들은

핑크빛 천사!

 

2012, 5, 6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