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추절 하루

시/제3시집-춤바위 2012. 9. 13. 13:24

중추절 하루

 

추석빔을 입어야

발걸음에 신이 났다.

 

아버지를 따라

장다리골 할아버지 댁에

차례 지내러 가는 아침

 

뒤뜰 벌판 황금빛 물결 밟고 오는

바람만 보아도

배가 불렀다.

 

제사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려

넋 놓고 서 있다가

아랫말 당숙에게 꿀밤 맞고

눈물 찔끔 흘리며 보는 제사상에는

 

에헴 하고 앉아계실

할아버지 할머니보다

사과, 배, 대추, 감이 먼저 보였다.

 

골목길 울리는 풍악소리 신나게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부엉이 울음소리가 동편 산마루에 둥근 달을 불러올리던

어린 날의 꿈같던 하루

 

모든 날이 한가위만 같았으면……

도회의 잿빛 하늘, 이순이 넘은 나이에도

중추절 아침이면 어깨춤 절로 난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