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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외돌개
-제주 詩抄2
누군가 환청처럼 부르는
소리를 따라
서귀포 칠십 리 해안선 길을 걷다가
기다림으로
하반신이 닳아버린
외돌개, 그 처절한 외로움을 만나다.
삶이 때로는
슬픈 무늬로 아롱질 때도 있지만
동터오는 아침 햇살로 반짝 갤 때도 있으련만
외돌개야!
빠지다 만 몇 올 머리카락 신열처럼
바람에 흩날리며,
주름진 피부 골골마다
소금기로 엉겨 녹지 않는
진한 통증을 안고
먼 바다를 응시하는 눈망울엔
아직도 무지개처럼 영롱한
꿈이 어렸다.
외로움을 보석처럼 깎고 다듬어
메마른 가슴에
해당화 한 송이 피울 날을 기다리며
갈매기 소리에도 귀를 막고
혼신의 힘을 다해 파도 소리로 부서지는
할머니 옆에
나도, 문득
자리를 펴고
하나의 돌이 되고 싶었다.
2013.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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