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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민들레 편지
현충원에 가서 잡초를 뽑다가
어느 병사의 무덤에서
날아오르는 민들레 홀씨를 보았다.
바람도 없는데
무덤 속 간절한 절규가 솟아올라
북녘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따뜻한 사랑 한 포기
싹 틔울 수 없는 툰드라의 언 땅에서
흰옷 입은 사람들의 소망이 싹틀 수 있도록
반백 년 넘게 땅 속 깊이 묻어
발효시킨
저 병사의 피 맺힌 염원과
‘함경도’
소리만 들어도 눈물 흘리시던
내 할아버지의 슬픔,
날아가는 민들레 홀씨에
담아 보낸다.
내년 민들레꽃 피기 전까지
굳게 동여맨 민족의
허리띠를 풀자.
201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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