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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마곡사에서
산문(山門)의 천왕님은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묵언(黙言)의 입 꼬리에
몇 올
밧줄 같은 거미줄 걸고
내 다섯 살 여름 무렵 첫 대면에
불타던 그 화산
아직도 눈빛에 이글거리고 있다.
옷을 털고 또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먼지들,
쓸쓸히 돌아서서
태화산 그림자에 묻혀
세상도 부처님도 모두 잊으니
일체의 업장(業障) 쓸어내듯
마음 속 울려주는
늦여름 매미 소리…….
2013.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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