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곡사에서

시/제3시집-춤바위 2013. 9. 30. 07:43

마곡사에서

 

산문(山門)의 천왕님은

아직도 눈을 부라리고 있다.

 

묵언(黙言)의 입 꼬리에

몇 올

밧줄 같은 거미줄 걸고

 

내 다섯 살 여름 무렵 첫 대면에  

불타던 그 화산

아직도 눈빛에 이글거리고 있다.

 

옷을 털고 또 털어도

털어낼 수 없는

업연(業緣)의 질긴 먼지들,

 

쓸쓸히 돌아서서

태화산 그림자에 묻혀

세상도 부처님도 모두 잊으니

 

일체의 업장(業障) 쓸어내듯

마음 속 울려주는

늦여름 매미 소리…….

 

2013. 9. 30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