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 앞바다에서

맹방 앞바다에서

 

 

때로는 삶의 조각들 헝크러진 채

그냥 던져두고

입가에 미소 번지듯 가을이 물들어가는

산맥을 가로질러 와

대양과 마주 설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있는 힘껏 키워 돌진하는

저 바다의 거대한 남성

수만 번 부딪쳐 피워내는 파도 위의 포말

예순네 살 침묵하던 나의 젊음이

용틀임하며 끓어오르는 힘줄을 보았다.

맹방 백사장에서 술에 취해

바다를 향해 오줌을 갈기면

천 년의 수로부인도 부끄러워

구름 뒤에 숨는 희미한 달빛

밤내 아우성치는 원시의

바람을 모아

한 송이 해당화를 피워놓았다,

 

 

2014, 10, 13

<대전문학>67호(2015년 봄호)

시문학598(20215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