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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청호 가을
물빛이 하늘을 닮아
한없이 깊어지는 가을 무렵에
다섯 살 손자 놈 손목을 잡고
대청호 풀숲 길을 걷고 있었다.
생명의 음자리표가
점차로 낮아지는 길모퉁이에서
사마귀 한 마리 마지막 식사를 하려고
두 발로 메뚜기를 움켜쥐고 있었다.
메뚜기 죽는다고
팔짝팔짝 뛰는 손자 곁에서
인과의 어두운 그늘이 고 놈에게 드리울까봐
한참을 망설이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무서워 지르는 손자의 외마디에
깜짝 놀라 눈을 돌리니
사마귀의 강인한 턱이 메뚜기 머리맡에 다가와 있었다.
자연의 바퀴 속에서 생명은 피고 지지만
업연의 짐을 피하기 위해
눈앞에서 한 생명을 꺼지게 할 수는 없었다.
에라 모르겠다. 손자 놈 어려울 땐 메뚜기 제가 도와주겠지.
손등으로 사마귀 머리를 탁 치니
메뚜기 신나게 풀숲을 뛰어갔다.
메뚜기의 등 뒤로 저녁 햇살이 모여들었다.
어둠이 가장 두꺼운 대청호 깊은 곳, 내 마음밭에는
하늘의 밝은 별이 내려와 반짝이고 있었다.
2014. 12. 19
<시문학> 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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