歲寒圖에 사는 사내

歲寒圖에 사는 사내

 

 

그 집에는

울타리가 없다.

사방으로 열려서 신바람 난 바람이

울 밖 같은 울안을

한바탕 휘젓다 가도

내다보는 사람이 없다.

그 집 사내는

청청한 외로움을 가꾸기 위해

덩굴장미 한 그루 심지 않았다.

덩그렇게 세워 놓은 네그루의 소나무에도

새 한 마리 불러오지 않았다.

제대로 외로움을 즐기기 위해

평생을 마음 밭에 겨울만 들여놓고

뜰 밖을 둘러 친 울타리 대신

서릿발 같은 기상 온 몸으로 반짝이며

아예 방문을 지워버리고

세상의 시끄러운 일에

고개를 내미는 법이 없다.

 

2015. 4. 17

<대전문학>68호(2015년 여름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