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낭나무

서낭나무

 

 

꽹과리 소리도 멈췄다.

달그림자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속 빈 느티나무 한 그루만 서있을 뿐이다.

무나물에 밥 한 그릇도 받지 못하고

낡은 오색 천들만 힘겹게 꿈틀거릴 뿐.

아랫마을 고샅마다 집들이 비고

철마다 빌어주던 사람들의

믿음 다 떠나가고

길을 넓히려면 베어버려야 한다는

도낏날 번득이는 소리에 얼이 빠져서

삼신바위 올라가는 솔숲에서 우는 부엉이 소리

후드득 몸을 떠는

신기(神氣) 잃은 느티나무 한 그루만 서있을 뿐이다.

 

 

2015629

<문학저널>2015년 11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