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륙도

오륙도

 

 

바람이 몹시 불어서

바다는 굳게 동여맸던

마음의 옷고름을 풀었다.

바다의 분노가

하얀 포말로 일어선다.

나는 흔들리는 바다에 창을 달고

저 지독한 심술이 어디로부터 피어나는지

은밀한 비밀을 엿보고 있었다.

평화로운 불들이 모두 꺼져가고

달조차 작은 실오리만한 눈빛도

내비치지 못하는 밤

자비의 여신들도 바다의 횡포에 눌려

날개 접고 모두 돌아누웠는데

오륙도 혼자

밤새도록 파도의 채찍을 맞고 있다.

종아리마다

채찍자국 화인처럼 찍힌다.

폭주하는 바다를 달래려고 묵묵히 형벌을 받고 있는

오륙도는

바다의 아버지다


<동서문학>2015년 겨울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