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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곡 장날
엄 기 창
이틀, 이레 아침이면
수탉보다 먼저 잠이 깼다.
어머니 손잡고 장에 가는 날엔
회재 넘어 시오리 산길도
걸음이 가뿐했다.
팔 것은 달걀 몇 줄에
콩 보리 서너 되
등유를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었다.
빨고 빨아서 대만 남은
아이스케키 입에 물고
태평소 가락에 어깨 들썩이며
써꺼스 마당에 취해 있으면
어머니는 빈 주머니로
살 것도 없이
장터를 몇 바퀴 돌고 돌았다.
점심 짜장면 한 그릇은
이루지 못한 내 어릴 적 소원,
초등학교도 못 나와
한이 맺힌 어머니는
짜장면 대신 얘기책은 꼭 샀고
돌아가는 길 내내
알록달록한 호기심으로
숙향전 숙영낭자전의 주인공 되어
어머니에게 짜장면 배터지게 사주는 꿈을 꿨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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