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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향일함(向日庵)에서
淸羅 嚴基昌
절 마당은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무량(無量)의 바다로 이어지고
무어라고 지껄이는 갈매기 소리
알아들을 수가 없다.
바다를 지우며 달려온 눈보라가
기와지붕을 지우고
탑을 지우고
목탁(木鐸)소리마저 지운다.
지워져서 더욱 빛나는
관음상 입가의 미소처럼
나도 눈보라에 녹아서
돌로 나무로 바람으로 지워지면
갈매기 소리 알아듣는 귀가 열릴까.
겨울 바다는 비어서 깨끗하다.
비어서 버릴 것이 없다.
『시학과 시』창간호(2019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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