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항에서

삼척항에서

 

 

달을 예인曳引하러 떠났던 배들이

만선滿船의 달빛을 바다에 부려놓았다.

파도의 근육들이

꿈틀거리며 일어선다.

나는 야성野性의 포말泡沫이 한눈에 보이는

선창가 횟집에서

바다의 살점을 씹어가면서

시든 젊음의 등잔에 불을 밝힌다.

! 바위의 심장에 뿌리박고

사랑으로 피어난

한 송이 해당화이고 싶어라.

금박의 꽃술마다 수로水路의 유혹으로 익어

불타는 열매를 맺고 싶어라.

오십천으로 떠내려 온 태백산

봉우리마다

한 등씩 반짝이는 별을 걸면서

모닥불처럼 뜨거운 정라항 열기에 취해

잠들지 못한다.

밤새도록 내 핏속에서

질주하는 대양의 바람소리가 들린다.

 

2015. 10. 29

<대전문학> 70호(2015년 가을호)

시문학598(20215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