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가시

 

 

탱자나무 큰 가시는 누군가를 찌르려고

한사코 침을 세운 것은 아니다.

 

탱자의 신 맛에 욕심을 부리지만 않는다면

허공을 향해 그냥 솟았다가

탱자 빛깔로 물들어 무디어질 것이다.

 

세상에는

보이는 가시보다

보이지 않는 가시가 무서운 법이다.

 

네 혀는

누구를 해치려고 그렇게 날카로운 것이냐

탱자나무 가시보다 더 크고 험상궂은

감춰진 가시

 

남의 속살을 헤집어

아프게 하고

피를 흘리게 하고

그래서 네가 빛나는 것이 무엇이 있느냐.

 

찌르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네 숙명이 슬프다.

세우는 것보다 세상을 무너뜨리는

너희들의 성때문에

 

깃발 들고 목소리 큰 자들은

양지쪽에 모여들고

입 다문 정의로운 사람들은

그늘로 밀려나고 있다.

 

가시 풀 무성하게 우거지는

우리의 민주주의를 보며

철없던 시절

박수치며 환호하던 그 손으로

 

그 손에 쥐어진

내 한 표의 힘으로

너희들을 봉인封印한다.

 

세상을 아름다운 눈으로 보고

가꿀 줄 아는 사람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

 

 

2015. 12. 29

문학저널163(20176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