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만에서

시조 2016. 1. 17. 10:04

천수만에서

 

 

언젠가 숨 쉬는 것도 귀찮은 날이 오거든

생명줄 잘린 채로 억척스레 살아가는

천수만 날갯죽지에 삶의 한 조각 실어보게.

세상으로 나가는 길이 사방 온통 막힌 남자

신생대부터 이어오던 리아스식 호흡들이

어느 날 흙 몇 삽으로 꽁꽁 묶여 버린 남자.

하늘빛 꿈 잃었다고 주저앉으면 남자더냐.

사니질沙泥質 아랫도리에 새조개를 살게 하고

품 열어 오지랖 넓게 철새 노래 키운다.

바람기 많은 남자 중에 천수만이 제일이다.

가창오리 흑두루미도 품었던 품속에서

유유히 노랑부리저어새 털가슴을 고르고 있다.

누가 알리 갈적색 썩어가는 핏물 아픔

비 오는 날 갈대밭에 출렁이는 속울음을

해 뜨면 맑게 씻은 눈 속 깊은 저 아버지를.


사니질 모래와 진흙이 섞여 있는 흙의 성질

 

 

2016. 1. 1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