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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보고 있다
술에 취해서 가끔은
비 젖은 전봇대에 쉬를 하기도 하고
적색 등 횡단보도를
바람같이 건너기도 했던 젊은 날에는
마음속에
하느님을 가득 들여놓고
하지 마라 하지 마라
죄악의 씨앗들을 맷돌로 갈아댔는데
누군가 보고 있다
수많은 카메라들이 둥그런 눈을 번득이며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양심을 찍어가고 있다.
나는 날마다
보이지 않는 섬광에 가슴을 찔리며 산다.
나의 낭만은 피를 흘리고 있다.
감시의 풀밭에서
독초는 더 무성히 자라나지만
꽃같이 아름다운 나의 죄들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떨면서 산다.
하늘이 너무 맑아도
내 마음의 악기들은 아픈 소리를 내고
수많은 시선의 칼날 아래서
나의 평화는 유리처럼 부서진다.
아무리 깊이 숨어도
누군가는 보고 있다는 주문에 걸려
어머니의 자장가를 잃어버리고
야금야금
작은 죄를 모의하던
설렘도 죽어버렸다.
2016. 4.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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