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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인의 죽음
시인을 묻고 돌아왔네.
주인 잃은 시들만
떠다니고 있었네.
그가 있어서 반짝이던 세상은
한 이름이 지워져도
빛나고 있었네.
아내도 자식들도
사랑하는 사람들도
허물을 지우듯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곤한 잠에 취하겠지.
친구들도 가끔 술안주처럼 씹다가
언젠가는 까맣게 잊어버릴 것이다.
그가 키운 시들은
몇 그루나 살아남을까
시인이 비운 빈 자리에
꽃은 피고
아이 울음소리 울린다.
2016. 7. 18
『시문학』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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