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에게

뿌리에게

 

 

꽃이 되지 못했다고

서러워 말아라.

이른 봄부터 대지의 기운을

빨아들여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워낸

네가 없었다면

어찌 한 송이의 꽃인들

피울 수 있었으랴.

 

꽃이 박수 받을 때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묻혔다고

울지 말아라.

세상에 박수 받던 것들은

쉬이 떠나가고

장막 뒤에 숨어있던 너만 살아 반짝일 때

그림자이기에 오히려 빛나는

뿌리의 의미를 알 것이다.

 

 

2016. 8. 19

『한국 시원』2018년 여름호(9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