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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단풍잎
淸羅 嚴基昌
내가 첫 발령을 받아 부임한 N중학교에서 나는 처음 화철이를 만났다. 화철이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아이였다. 조용히 있다가도 제 기분에 맞지 않으면 수업시간에도 막 소리를 질렀다. 중학교 2학년인데도 한글을 전혀 몰랐고, 제 이름도 ‘이효ㅏ철’이라고 썼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화철이를 무시했다. 그래서 화철이는 늘 모든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혼자 살아가는 이방인이었다.
체육시간에도 화철이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혼자 놀았다. 친구들은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였지만 늘 멀건히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도 화철이를 자기 팀에 끼워주지 않았다. 하기는 헛발질만 하고, 때로는 자기 골문으로 볼을 차는 놈을 자기 팀에 끼워줄 사람이 있겠는가?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제멋대로였다. 어떤 때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들어오는 때도 있었다. 이제 급우들도 화철이 일이라면 아무리 웃기는 일이라도 웃지도 않았다.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화철이는 우리 학급에서 있어도 없는 존재였다.
한 번은 철봉 아래 모래밭에서 혼자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화철이를 불렀다.
“화철아,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어?”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왜? 왜 재미없어?”
“그냥 재미없어요.”
“누가 우리 화철이 때리는 사람 있어? 괴롭히는 사람 있어?”
화철이는 다시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화철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야?”
화철이는 잠시 주저주저하더니
“애들하고 놀고 싶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탁 막혔다. 불쌍한 놈. 화철이의 표정에는 애들하고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망이 간절하게 나타나 있었다. 머리가 부족한 놈에게도 외로움은 있는 거였다.
나는 쉬는 시간에 당장 반장을 불렀다. 그리고 화철이 이야기를 했다. 그 애가 얼마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지를 이야기 하고, 같이 놀아주라고 부탁을 했다.
그 다음부터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는 화철이를 보았다. 뛰는 것은 어설퍼도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학급의 모든 일에 화철이를 참여시켰고, 그 때부터 화철이는 진정한 학급의 일원이 되었으며,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학교에 늦게 등교하는 일도 줄어들고, 수업시간에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하루는 다시 화철이를 불러 미리 준비한 사탕을 주면서 물어보았다.
“화철아,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어?”
화철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즐거워하는 빛이 떠돌았다.
“뭐가 좋은데? 화철이 뭐가 그렇게 좋아?”
“애들이 잘 해줘요. 축구 재밌어요.”
나는 나의 말 한 마디에 그렇게 화철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학급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내 조그마한 관심이 외로움의 그늘 속에서 즐거움의 양지쪽으로 한 아이를 꺼내 주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기뻤다.
가을이었다. 교정의 나무들에도 가을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퇴근을 하려고 교문을 나서는데 담 뒤에 숨어있던 한 아이가 뛰어왔다. 화철이었다. 내 손에 무엇을 쥐어주고
“선생님, 좋아요.”
발음도 분명하지 않게 중얼거리고 뛰어갔다. 어설프게 싼 종이를 풀어보니 곱게 물든 단풍잎 한 가지였다. 나의 온 몸에 짜르르 환희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교사의 기쁨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이 가을의 모든 아름다움이 화철이가 주고 간 단풍잎에 모여 고여 있는 듯했다. 억만금의 선물보다 더 귀하고 고마웠다.
뛰어가는 화철이의 등에 대고 나도 마음속으로 외쳤다.
“화철아, 나도 사랑해”
체육시간에도 화철이는 플라타너스 나무 아래서 혼자 놀았다. 친구들은 축구도 하고 농구도 하였지만 늘 멀건히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도 화철이를 자기 팀에 끼워주지 않았다. 하기는 헛발질만 하고, 때로는 자기 골문으로 볼을 차는 놈을 자기 팀에 끼워줄 사람이 있겠는가?
학교에 등교하는 것도 제멋대로였다. 어떤 때는 점심시간이 지나서 어슬렁거리며 교실로 들어오는 때도 있었다. 이제 급우들도 화철이 일이라면 아무리 웃기는 일이라도 웃지도 않았다. 철저히 무시하고 있었다. 화철이는 우리 학급에서 있어도 없는 존재였다.
한 번은 철봉 아래 모래밭에서 혼자 모래장난을 하고 있는 화철이를 불렀다.
“화철아,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어?”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흔들었다.
“왜? 왜 재미없어?”
“그냥 재미없어요.”
“누가 우리 화철이 때리는 사람 있어? 괴롭히는 사람 있어?”
화철이는 다시 도리도리 고개를 흔들었다.
“우리 화철이 제일 하고 싶은 것이 뭐야?”
화철이는 잠시 주저주저하더니
“애들하고 놀고 싶어요.”
나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탁 막혔다. 불쌍한 놈. 화철이의 표정에는 애들하고 어울리고 싶어 하는 소망이 간절하게 나타나 있었다. 머리가 부족한 놈에게도 외로움은 있는 거였다.
나는 쉬는 시간에 당장 반장을 불렀다. 그리고 화철이 이야기를 했다. 그 애가 얼마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지를 이야기 하고, 같이 놀아주라고 부탁을 했다.
그 다음부터 체육시간에 운동장에서 아이들과 같이 뛰어다니는 화철이를 보았다. 뛰는 것은 어설퍼도 얼굴에는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학급의 모든 일에 화철이를 참여시켰고, 그 때부터 화철이는 진정한 학급의 일원이 되었으며, 아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학교에 늦게 등교하는 일도 줄어들고, 수업시간에 소리도 지르지 않았다.
하루는 다시 화철이를 불러 미리 준비한 사탕을 주면서 물어보았다.
“화철아, 학교 다니는 거 재미있어?”
화철이는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얼굴에 희미하게나마 즐거워하는 빛이 떠돌았다.
“뭐가 좋은데? 화철이 뭐가 그렇게 좋아?”
“애들이 잘 해줘요. 축구 재밌어요.”
나는 나의 말 한 마디에 그렇게 화철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학급 아이들이 대견스럽고 고마웠다. 내 조그마한 관심이 외로움의 그늘 속에서 즐거움의 양지쪽으로 한 아이를 꺼내 주었다고 생각하니 더없이 기뻤다.
가을이었다. 교정의 나무들에도 가을이 곱게 물들어 있었다. 퇴근을 하려고 교문을 나서는데 담 뒤에 숨어있던 한 아이가 뛰어왔다. 화철이었다. 내 손에 무엇을 쥐어주고
“선생님, 좋아요.”
발음도 분명하지 않게 중얼거리고 뛰어갔다. 어설프게 싼 종이를 풀어보니 곱게 물든 단풍잎 한 가지였다. 나의 온 몸에 짜르르 환희의 감정이 피어올랐다. 교사의 기쁨이라는 게 이런 거였구나. 이 가을의 모든 아름다움이 화철이가 주고 간 단풍잎에 모여 고여 있는 듯했다. 억만금의 선물보다 더 귀하고 고마웠다.
뛰어가는 화철이의 등에 대고 나도 마음속으로 외쳤다.
“화철아, 나도 사랑해”
<한밭수필>201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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