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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태우며
미루나무 그림자가 노을 한 자락 걸치고 있는
금강 변에 서면
품고 온 슬픔이 없는데도 가슴에서 피가 난다.
착한 것도 죄가 되는가!
백제의 산들은 왜 모두 모난 데 없이 둥글기만 해서
적군의 발길 하나 막지 못한 것이냐.
나라 없는 백성들은 질경이처럼 짓밟혀서
꺾여도 꺾여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역사의 속살을 가리려고
바람은
투명한 수면에다 주름을 잡아놓는가.
짠한 눈물 몇 종지 스스로 씻어내며
세월의 골짜기를 흐르는 금강
강변에 불을 피우고
남은 슬픔 몇 단 불 속에 던져 넣는다.
2016. 9. 28
「문장」2017년 봄호(제40호)
『시문학』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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