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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룡대, 머리를 감다
소리치는 사람들은 깃발이 있다.
깃발 들고 모인 사람들은
제 그림자는 볼 줄 모른다.
조룡대에 와서
주먹질 하는 나그네들아
조룡대는 날마다 죽지를 자르고 싶다.
부소산에 단풍 한 잎 물들 때마다
어제보다 더 자란
소정방의 무릎 자국
가슴에 박혀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
지느러미라도 있었다면
천 년 전 그 날
물 속 깊이 가라앉아 떠오르지 않았을 것을
깃발 들고 목청만 높이는 사람들아,
비듬처럼 일어나는 부끄러움을 식히려고
백마강 물살을 빌려 조룡대는
오늘도 머리를 감는다.
2016, 11. 8
『심상 2017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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