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경보

적색경보

 

 

할머니 백발 위에 얹힌 호접 핀처럼

낮달이 하나 피뢰침에 꿰어

파르르 떨고 있는 늦가을 오후

바람을 타고 도시를 탈출하다

십자가에 목 잡힌 나의 비닐봉지는

비명처럼 검은 종소리를 토해내고 있다.

사방에서 찍어대는 카메라 소리에

은밀한 비밀들은 낯선 모니터에서

수십 번씩 재생되고

고층건물의 우람한 근육에 막힌 길들은

가닥가닥 끊어져 바람에 펄럭인다.

발자국마다 넘치는 자동차 소리 밟아가면서

으악새 소리로 마중 나온

산의 눈짓을 따라가다 보면

미친 듯 경련하는

플라타너스 마지막 잎새의 불안

내 마음의 신호등엔

반짝 하고 빨간 불이 켜진다.

 

 

2016. 12. 15

심상 20176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