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고향

淸羅 嚴基昌
느티나무 아래서
새소리를 듣는다.
장다리골 청솔바람이
상큼한 열무김치 맛으로 불어오면
골목마다 찍혀 빛나는
내 유년의 발자국들
타향의 하늘 날다가
지친 날개 접고 쉬라고
고향의 그늘은 늘 비워져 있다.
흙냄새 품은 친구와
술을 마시면
하늘의 별도 술잔에 내려와
몸을 섞느니.
모깃불 향기로 매캐한 밤
달빛에 닦여지는
남가섭암 목탁 소리 마을을 덮어
잃어버린 웃음
몇 송이
수줍게 피어나고 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