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금동대향로

 

 

향불은 꺼져있다.

봉황 앞가슴과 악사 상 앞뒤

백제로 통하는 다섯 개의 구멍은 막혀있고,

활짝 피어난 연꽃 봉오리 표면에는

불사조와 사슴, 그리고 학

낯선 전등불 아래 쭈볏거리고 서있다.

용과 봉황이 음양으로 갈라서서

연꽃을 피워내어 봉래산을 받쳐 들고

스물 세 개의 중첩된 산골짜기로

계곡물처럼 속삭이며 흐르던

피리, 소비파, 현금, 북소리 멈춰있다.

역사는 스쳐가는 한 줄기 바람일 뿐이런가.

한 번 흘러가면 되돌아올 줄 모르지만

향로에 향불 피어오르면

봉황이 여의주를 품고 하늘로 날아오르듯

찬란한 백제가 다시 열릴 것만 같다.

 

 

2018. 1. 27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