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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지盲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사람을 하나씩 끊는 일이다.
사방으로 열려있던
사람들 속에서
조금씩 문을 닫아거는 일이다.
어느 날 새벽 바람결에
나는 문득
내 목소리가 혼자라는 걸 느낀다.
무한히 열려있던 세상 속에서
한 군데씩 삐치고 토라지다가
물에 갇힌 섬처럼 내 안에 갇히고 말았다.
아, 타 지번地番의 군중들로 둘러싸여서
나는 그만 맹지盲地가 되고 말았네.
겨울 들 말뚝처럼
적막에 먹히고 말았네.
2018. 2. 10
『대전문학』80호(2018년 여름호)
『시문학』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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