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에서의 밤

 

 

골물소리에 몸을 헹굽니다.

열대야의 꼬리가

조금씩 잘려나갑니다.

속세의 일들 실타래로 엉켜

밤새도록 불면의 바다엔

별들만 섬광閃光처럼 반짝입니다.

무엇을 비는 것일까요.

독경소리 화단 끝에서

봉숭아꽃 한 떨기로 피어납니다.

부처님 눈에 담긴 미소처럼

어둠 속에서도 붉어서 따뜻합니다.

달빛을 뽑아 실을 감으며

목탁소리 한 바가지 머리에 끼얹으면

비누거품처럼

번뇌의 때를 벗겨낼까요.

속 비운 목어처럼 편히 잠들 수 있을까요.

태엽 풀린 시간은 여명을 깨워내도

나는 아무것도 비우지 못했습니다.

 

 

2018. 4. 20

순수문학201810월호(299)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