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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산길
산길을 오르는 것은
산에 물들어가기 위해서다.
산으로 녹아들기 위해서다.
그리하여 마침내
한 몸으로 산이 되기 위해서다.
조그만 풀꽃으로 피면 어떠리.
초록빛으로 같이 물들다가
새들의 노래를 모아
자줏빛 내밀한 속말 한 송이로
서있으면 좋겠네.
솔잎 스쳐온 바람이
미움을 벗겨가고
꽃향기 다가와 욕심을 벗겨가고
말갛게 벗고 벗어
투명해져서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으면 어떠리.
내가 정상을 향해 산길을
끝없이 올라가는 것은
모든 것을 발아래 두려는 것이 아니다.
품어 안고 섬기는 법을
배우기 위해서다.
2018. 9. 4
『문예운동』142호(2019년 여름호)
『현대문예』105호(2019년 7,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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