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을 일구다

 

 

사랑편지를 전했더니

사막을 보내왔다.

그녀의 답신答信은 사막의 달빛처럼

무채색이다.

내 사랑 어디 씨앗 하나 싹틔울 곳 없어

도마뱀처럼 납작 엎드려

기어도 기어도 꽃은 피지 않는다.

선인장 가시에 긁힌 바람만 몇 올

모래언덕을 헤집다 스러질 뿐.

사랑이여!

작은 생명 하나 움트지 못할

불모의 땅에 뿌리를 내려보자.

깊이 숨어있는 초록의 숨결을 모아

천둥 번개를 불러오겠다.

바삭거리는 당신의 가슴에

몇 천 번이라도 비를 퍼붓겠다.

나는 사막을 일궈

사랑 한 그루 푸르게 크게 하겠다.

 

 

2019. 1. 8

충청예술문화92(201911월호)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