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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 년만 함께 가자
아내의 오른쪽 뇌가
휑해진 사진을 보고는
입만 떡 벌리고 있다가
이래서는 안 되지
다음날 새벽부터
견과류 찾아 먹이고
오메가 쓰리 먹이고
아침식사 후엔
아리셉트, 글라이티린
챙겨주고
침대 이불은
아내 쪽 머리 부분
구김이 안 가도록 잘 펴놓는다.
아내야!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잃은 것은
잃은 것대로 그냥 놓아두고
이대로 삼십 년만 지금같이 가자.
비오는 저녁에도
아내의 손을 끌고 유등천변을 걸으며
산, 물, 부처님, 십자가 안 가리고
어디나 고갤 숙이는 버릇이 생겼다.
2019. 10.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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