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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은행나무에게
외로움을 선택했구나.
그래서 열매도 맺지 않았구나.
싹트면 제 알아서 자라는 것들
아예 씨조차 뿌리지 않았구나.
근심을 거부하면서
네 집 문전엔 웃음 한 송이 필 날 없겠지.
커피 잔을 들어도 마주 대는 사람 하나 없고
네가 꺼놓고 나간 거실의 불은
어둠인 채로 너를 맞을 것이다.
채우면서 살아가라.
어치 두 마리 네 어깨에 앉아
고개를 갸웃대고 있다.
네 삶의 겨울에 네게서 끊어진 자리
여백으로 그냥 남기려느냐.
소소하게 반짝이는 근심을
즐겁게 마시면서 살아가라.
외롭게 외롭게 사라지기보다는
세상에 네 왔다간 점 하나 찍어놓아라.
2019. 12. 30
『대전문학』87호(2020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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