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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나릿골 사랑
아직 사랑하는 사람 만나지 못했으면
나릿골 감성마을
비탈진 언덕길 올라가 보아라.
골목이 끝나는 마지막 집에
요것조것 다 따지는 요즘 식 사랑 아니라
첫눈에 반하면 와락 안겨오는 옛날 식 사랑
한 사람 만날지 모르지.
러브레터로 떠오르는 달을 몰고 들어가
갈매기 목청을 빌려 진한 고백 한번 해 보아라.
해풍에 씻기고 씻긴 솔빛 사랑을
그 사람 가슴에 깊이깊이 심어놓아라.
촌스러워 더 정이 가는 알록달록한 지붕 아래
마지막 배가 들어오고
방파제 그늘 속으로 하루가 접히면
고단함도 때로는 낭만이 되기도 하지
소주 한 잔에 안주는 짭조름한 파돗소리
노래는 주인이 부르고
손님은 바다에 취하고
천 년을 해풍에 익은 해송의 춤 자락에 묻어
밤 내 사랑을 익히고 익히어라.
여명이 밝아오면 해당화로 피게
가슴을 들썩여 불을 지피거라.
실직국悉直國 사람들은 눈 감아도 알지.
순박한 눈빛에서 생선 비린내가 풍기는 걸
새벽으로 해를 씻어 안고 내려오는
정다운 계단마다
햇살처럼 고이는 헌화가獻花歌 가락…
2020. 12. 27
『시문학』598호(2021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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