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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
인생길 내려가다가
길가 풀밭에 편하게 앉아
풀꽃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서두를 일이 없어서 참 좋다.
올라가는 길에는 왜 못 들었을까
바람에 나부끼는
작은 생명들의 속삭임
올라가는 길에서는
왜 못 보았을까
반겨주는 것들의 저 반짝이는 눈웃음
아지랑이 봄날에는 투명한 게 없었지.
서둘러 올라가
하늘 곁에 서고 싶었지.
모든 걸 내려놓고 앉은 후에야
아름다운 것 아름답게 보고 듣는
눈귀가 열려
노을에 물들면 노을이 되고
가을에 물들면
가을이 된다.
2021. 5. 5
『대전문학』93호(202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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