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 앞에서

절망 앞에서

 

 

 송 작가 거실 벽에는

 죽어가는 바다가 걸려 있다. 

 조가비 딱지마다 한 몸인 양 기름이 엉겨 붙고, 갈매기 몇 마리는 타르의 밧줄에 묶여 박제剝製가 되었다. 한 쪽 눈만 겨우 자유를 지켜낸 갈매기 눈망울에 담긴 해안선, 바다의 온몸에는 버섯처럼 부스럼이 돋아났다. 바위도 나무도 온 세상이 겨울 빛으로 가라앉았다. 

 넓게 자리 잡은 바다의 절망에선

 하루 종일 한숨처럼 수포水疱가 떠올랐다.

 

 

2021. 3. 15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