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닦아내다

바다를 닦아내다

 

 

갯바위들이 기름을 뒤집어쓴 채

박제剝製처럼 정지해 있다.

끓여낸 해물 탕 속의 식재료들처럼

게도 조개도 갈매기마저

검은 타르의 국물 속에 건더기로 떠있다.

방제복을 입고 장갑을 끼고 마스크에

장화를 신은 채

사람들은 졸도해있는 바다 곁으로 다가섰다.

끊어진 빨랫줄처럼 해안선이

바람에 출렁거릴 때

사람들은 바다의 절망을 퍼내 자루에 담고

한숨의 찌꺼기를 긁어내었다.

수평선이 푸르게 일어설 때까지

기도祈禱의 걸레로

바다를 닦고 또 닦아내었다.

먼 바다의 바람도 잊지 않고 달려와

새 숨을 나눠줬다.

말기 암 노인처럼 누워있던 바다가

저녁놀에 기대어

봄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