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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순을 만나다
아라비아해로 들어서자 몬순이 마중 나왔다.
배는 좌우로 거칠게 흔들리고
선속船速은 떨어져 4, 5 노트
갈 길은 까마득한데
인도양 몬순에는 도망갈 곳이 없다
몬순의 어금니가 배의 옆구리를
상어처럼 물어뜯어도
수마트라 섬을 지나면 아덴만까지 삼천 마일
바람을 막아줄 섬 하나 없다.
화물들은 좌우로 요동치며 비명을 지르고
어제 먹은 라면마저 모두 토해내는데
지옥이다.
이 황천항해는 도무지 정이 들지 않는다.
바람과 배의 방향이 수직에서 벗어나게
항로를 틀어보지만
헤비 웨더 속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다 왔다. 다 왔다”고
선장은 주문呪文처럼 같은 말로 독려하지만
나는 무슨 영화榮華를 보려고
배를 타고 이 폭풍 속을 헤매고 있는가.
부서진 집기처럼 깨어진 소망들이
선상에 널려있는 풍경을 보며
멀리서 아덴만이 손을 흔든다.
천국으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바다에는
거대한 무지개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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