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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지브롤터 해협을 지나며
어제는 세비야에서
플라멩코의 불꽃같은 춤사위를 보고
오늘은 태극기 휘날리며
지브롤터 해협을 지난다.
스페인 함대들이 대서양으로 나가기 위해
나팔 불며 기세등등하게 지났을 이 해협을
우리 손으로 만든 배를 타고
허리 산맥처럼 펴고 지나간다.
가슴 저 깊은 곳에서 울려오는 북소리
우리는 이제
세계 어디에 굽히지 않아도 될 해양 강국
레반테 심술궂게 치고 지나가도
배 몇 대에 쩔쩔매는 약소국가가 아니다.
지브롤터의 바위산들이 험상궂게
근육을 드러내고 있다.
눈을 부릅뜨고 가슴을 펴고
유럽으로 아메리카로 세계를 헤집고 다니면서도
저 펄럭이는 태극기 아래서는
두려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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