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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도에 내리는 별빛
꽃들도 보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애써서 예쁘게 꾸미려 하지 않는다.
대충대충 피어도 꽃은 꽃인가.
다 떠나고 남은 집 혼자 지키는
앵두나무 야윈 가지에 봄이 환하다.
육지가 있는 수평선 쪽으로는
보이지 않는 붉은 경계선이 그어져 있다.
칠이 벗겨진 지붕과 빈 마당 가
우두커니 서있는 돌 절구통 적막 위에
가끔 염소들 서로 부르는 소리만 반짝일 뿐.
십자가가 내려진 교회 터에 떠도는
찬송가와
무너지다 만 벽마다 지워져가는
아이들의 낙서도
곧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소멸의 순서를 기다리며 서 있는
인간의 발자국 위로 별이 내린다.
초도에 내리는 별빛은 갓 씻어낸 호롱불 같다.
앵두꽃에 별빛이 내려 별이 꽃인지
꽃이 별인지 알 수 없는 밤
낚시로 잡은 붉바리 회에 술 한 잔 걸치고 보니
원래 혼자였던 섬의 옷깃 한 자락
내가 지팡이 삼아 잡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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