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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벌레의 뜰
화랑곡나방 한 마리
회백색 호기심 활짝 펴고 내 주위를 선회한다
시가 싹트는 내 서재는 벌레의 뜰이다
어디에서 월동했다 침입한 불청객일까
날갯짓 몇 번으로 시상詩想에 금이 마구 그어진다
홈·키파 살그머니 든다
그리고 놔두어도 열흘 남짓인 그의 생애를 겨냥한다
내 살의殺意가 뿜어 나오고 떨어진 그의 절망을
휴지에 싸서 변기에 버리면
깨어진 시가 반짝반짝 일어설까
창 넘어서 보문산이 다가온다
고촉사 목탁소리가 함께 온다
벌레야 벌레야
부처님 눈으로 보면 나도 한 마리 나방
푸르게 날 세웠던 살생을 내려놓는다
벌레하고 동거하는 내 서재는 수미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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