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를 보며

 

 

저렇게 익을 대로 익었으면서도

떨어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늦가을 천둥이 울다가 가고

눈보라가 서너 번

흔들고 가도

그믐달처럼 한사코

지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게다

 

저렇게 삭을 대로 삭았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게다

산다는 게 때로는 시들해지고

아픔이 술래인 듯

잡으러 와도

고목처럼 봄이면

싹을 틔우는 이유가 있을 게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