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틀

시/제7시집 2023. 11. 25. 07:13

소리의 틀

 

 

다듬이 소리

봄날 배꽃 피어나는 달밤 산골 물소리처럼

마을 골목을 쓸고 가던 그 소리엔

누나가 수틀에 그리던 꿈이 살고 있다

 

빨래방망이 소리는 어머니 한숨

밤낮으로 일을 해도 자식들

대처로 학교 못 보내는

평생 푸념 같은 아픔이 배어있다

 

베 짜는 소리 속엔 할머니

삶의 여유가 들어있다

눈물도 웃음도 날줄로 쌓여

오래 묵은 대추나무 같은 세월이 거기 있다

 

사랑방에는

아버지 기침소리가 살고 있어야

제 맛이다

 

고달픈 삶을 기워 짜놓은 자리만큼

질기지만 위태롭던

아버지의 등

 

소리에도 틀이 있다

세월의 강물에 다 쓸려가 아득하지만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가두어놓은

그리운 것들은 다 소리 속에 있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