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협濟州海峽을 건너며

 

 

유채꽃이 필 때쯤 제주도에나 갈까

목포에서 아홉 시 크루즈 배를 타고

제주해협濟州海峽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면

마음속까지 투명하게 보여주는 리아스식 해안

회유성回諭性 어족의 통로

구로시오 해류가 손에 잡힌다.

아침의 바다는 파도의 봉우리마다

등을 달았다.

저 반짝이는 윤슬의 새순을 잘라내어

당신의 머릿속 스위치를 올려주면

오랜 세월 어둠의 뿌리로 자리 잡은 우울증을

한 점 남김없이 씻어낼 수 있을까.

웃음이 시들은 당신의 얼굴에

해란초 환한 미소 피울 수 있을까.

섬마다 동백 향 풍겨내는

다도해多島海의 봄이 연초록으로 손을 흔든다.

먼 섬

기도로 반짝이는 등대여!

가보지 못한 섬의 사람 사는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건너오니

나는 아직 바다로 녹아들지는 못했구나.

완당阮堂 선생 눈물 뿌리며 건넜을 이 바다엔

아득한 세사世事처럼 황사가 내리고 있다.

오늘밤엔 술 몇 병 들고

세한도歲寒圖에 사는 사내나 만나러 갈까.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