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름달 떴다 

 

우리들의 아픈 시간은

해가 지고 나서 다시 달이 뜨는 시간만큼의

잠깐이었으면 좋겠다

불 깡통에서 눈썹 센 별들이

은하처럼 쏟아지는 만큼의 찰나이었으면 좋겠다

우리들의 마음에 둥그렇게 달이 떠오를 때

달집을 사른다

코로나로 아파하는 사람들의 겨울을 태우고

먹을 것이 없는 마을의 막막한

그믐밤의 절망을 태우고

액운이 깃든 영혼의 저고리 동정을 태우듯

세상의 모든 아픔을 불속에 던져 넣는다

보아라!

망월굿 춤사위 속

그림처럼 살아나는 우리의 산하

먼 산이 검은 그림자 딛고 일어서고

나무들 찬바람 속에서도 분분이 손 흔들어

봄을 부르노니

시대의 밤아 가거라

우리들 마음 가장 높은 곳 어느새 하늘만한

새 정월의 대보름달이 떴다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