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의 나라

시/제3시집-춤바위 2013. 8. 8. 08:54

풀의 나라

 

그 섬에 가 보니

거기도 온통 풀밭이었다.

풀 중에 뽑힌 것도

역시 잡초였다.

 

풀들의 시선은

온통 아래쪽으로 기울어 있다.

내 땅 한 뼘 더 늘리려고

촉수를 뻗어 어깨 싸움에만 골몰해 있다.

 

나무는 싹 틀 때부터

하늘 향해 뻗고 있는데

하늘 향한 용틀임은 기억에도 없는

저 풀들의 가난한 꿈

 

미래를 향한 이상도 없고

과거의 썩은 것들만 파먹고 사는

풀의 나라에 가서 나는

부끄럼 모르는 풀밭에

 

눈물 한 방울을 떨구어 주었다.

 

2013. 8. 8

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