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화암

낙화암

 

 

백마강으로 돌들이 우수수 떨어졌다.

썩다 만 모과처럼 

낙화암은 늘 가슴이 아프다.

아침나절 신음하던 바람들이

절벽을 흔들다가 고란사 종소리를 따라간 후

비가 내렸다.

울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루 종일 유람선에서만 

조룡대 전설이 피었다 질 뿐

신라도 당나라도 없는 세상에

삼천궁녀의 한숨이 가슴에 닿아 

꽃으로 피는 사람 있을까.

하구 둑에 막힌 절규들만 하루 종일

물새 울음으로 출렁이는 백마강을 내려다보며

나는 한 방울의 눈물에도 촉촉해지는 

천 년의 이끼가 되고 싶었다.

 

 

2016.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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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청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