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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에 해당되는 글 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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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태우며
미루나무 그림자가 노을 한 자락 걸치고 있는
금강 변에 서면
품고 온 슬픔이 없는데도 가슴에서 피가 난다.
착한 것도 죄가 되는가!
백제의 산들은 왜 모두 모난 데 없이 둥글기만 해서
적군의 발길 하나 막지 못한 것이냐.
나라 없는 백성들은 질경이처럼 짓밟혀서
꺾여도 꺾여도 옆구리에서 꽃을 피운다.
역사의 속살을 가리려고
바람은
투명한 수면에다 주름을 잡아놓는가.
짠한 눈물 몇 종지 스스로 씻어내며
세월의 골짜기를 흐르는 금강
강변에 불을 피우고
남은 슬픔 몇 단 불 속에 던져 넣는다.
2016. 9. 28
「문장」2017년 봄호(제40호)
『시문학』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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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눈물을 지워주는 지우개
많이 아는 사람이 강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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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접의 물
해오라기는 서두르지 않는다.
가뭄에 밀리다
반달만큼 남은 마지막 물웅덩이
목숨끼리 부딪쳐 깨어지는
여기에서는
생명은 생명이 아닌 것이냐!
나는 갑자기
입술이 갈라터진 아프리카 소녀가 생각났다.
한 대접의 물로는
한 생명도 살릴 수 없지만
네가 부어주고 또 내가 붓다 보면
연못이 다시 넘치지 않겠는가.
2016.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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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무렵
들녘마다 음표音標들이 풍년가로 익어있다
귀뚜리 울음에 흥이 절로 녹아나서
가벼운 실바람에도 출렁이는 어깨춤
동산 위로 내민 달은 알이 통통 들어찼다.
아내는 냉큼 따서 차례 상에 놓자하나
온 세상 채워줄 빛을 나만 두고 즐기리.
2016.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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